말티즈를 처음 만난 건 친구의 집에서였습니다. 인형처럼 작고 조용히 다가와 제 무릎에 올라앉던 그 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날 이후,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하지만 막상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귀여움 하나만으로는 함께 살 수 없습니다. 말티즈처럼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약 2개월 동안 관련 책을 읽고, 보호소 봉사를 다녀오고, 수의사 상담도 받아보았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기록하며 정리한 말티즈 입양 전 필수 체크리스트이자, 실제로 입양한 지금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생활 가이드입니다.
💡 왜 말티즈였을까?
- 실제로 털 빠짐이 거의 없어 청소 스트레스가 적었습니다.
- 낯가림이 있어 처음엔 조심스럽지만, 익숙해지면 한 몸처럼 붙어 다닙니다.
- 실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외출 스트레스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사회성이 부족하면 짖음이 심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분리불안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입양 전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 혼자 있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준 덕분에 지금은 크게 문제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 입양 전 꼭 확인한 항목들
1. 건강 상태
입양 전 방문했던 보호소에서 아이를 꺼내어 직접 안아보았습니다. 귀 안에 염증은 없는지, 발바닥에 상처는 없는지, 걸음걸이가 어색하진 않은지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입양 전 건강검진을 직접 예약해 받았습니다.
2. 성격과 반응
처음엔 경계가 심했지만, 조용히 다가가자 금세 등을 내주더군요. 다른 강아지들과도 큰 충돌 없이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산책 동안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3. 입양처의 신뢰도
SNS에서 알게 된 입양 중개인을 통해 상담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구조 활동도 병행하는 곳이었습니다. 입양 후에도 중성화 수술 지원과 예방접종 내역, 향후 질병 가능성까지 투명하게 공유받을 수 있었습니다.
🐾 입양 후 실제 준비한 것들
- 초반 1주일은 매일 3시간씩 옆에 있어주었습니다.
- 사료, 장난감, 배변패드 외에, 칸막이로 안전구역을 설정했습니다.
- 처음 3일은 새벽에 짖는 날이 많았지만, 낮 동안 산책과 놀이를 늘려주자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 동물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예약하고, 1년 치 예방접종 계획도 세워두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귀찮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강아지가 저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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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즈는 작은 몸에 정이 많고 감정 표현이 섬세한 아이입니다. 예쁜 외모에 반해 데려오고, 시간이 지나 감당이 안 된다고 느껴 방치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조심스럽게 결정하고 준비했습니다.
입양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보호소에서 만난 아이를 처음 안아보던 날, 그 조심스러운 체온을 기억하며 지금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겠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말티즈를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건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깊은 연결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신뢰와 교감, 서로의 일상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입양을 고민 중이라면, 저는 그 용기 있는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진심과 준비만은 꼭 잊지 마세요. 그 마음이 결국, 오랜 시간 동안 반려견과 당신 모두를 지켜줄 것입니다.
따뜻하고 단단한 첫걸음을 내딛는 당신에게, 말티즈는 분명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